※ 스포일러 주의
이 글은 소설집 『치즈 이야기』(조예은)의 주요 전개와 결말 방향까지 포함한 줄거리 요약입니다. 스포일러 없이 감상하고 싶다면 뒤로 가기 추천!
작품 한 줄 정리
『치즈 이야기』는 현실의 상처(가족, 주거, 노동, 기억, 상실)가 어느 순간 환상/괴이/SF의 문을 열며 “내 안의 공포와 욕망이 어떤 형태로 숙성되는가”를 보여주는 단편집입니다. 각각 독립된 이야기지만, 읽고 나면 묘하게 한 덩어리처럼 연결되어 남는 것이 특징이에요.
목차(수록작 7편)
- 치즈 이야기
- 보증금 돌려받기
- 수선화에 스치는 바람
- 반쪽 머리의 천사
- 소라는 영원히
- 두번째 해연
- 안락의 섬
수록작별 줄거리 요약(스포일러 포함)
1) 「치즈 이야기」 — 방치와 학대가 ‘맛’으로 변할 때
화자는 어린 시절 “부모가 치즈로 변해 끓는 수프에 들어가는 꿈”을 반복해서 꿉니다. 그 꿈의 수프 맛은 끔찍한데도 이상하게 황홀했고, 화자는 자라서 요리를 배우며 그 ‘꿈속의 맛’을 현실에서 재현하려고 합니다.
동시에 화자의 과거는 잔혹합니다. 엄마와 양아버지 밑에서 오랫동안 방에 갇혀 방치되었고, 제대로 먹지도, 돌봄을 받지도 못한 시간들이 ‘썩은 기억’처럼 쌓여갑니다.
시간이 흘러, 화자를 버리고 사라졌던 엄마가 병들어 돌아오자 화자는 과거 자신이 갇혔던 그 방에 엄마를 눕혀 둔 채 방치합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복수’라고 단정하기도, ‘사랑’이라고 변명하기도 애매한 감정으로 바라보며 이야기 끝에서 독자에게 묻습니다. 이 이야기는 무서운가, 웃긴가.
2) 「보증금 돌려받기」 — 주거 불안이 ‘도시의 괴물’로 보이기 시작한다
청년 여성 ‘성아’는 더 나은 집으로 이사하려 하지만, 집주인은 “새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준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돈이 묶인 채로 이사도 못 하고, 일상은 점점 갉아먹히죠.
그 과정에서 성아는 도시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기괴한 존재들을 목격합니다. 처음엔 착각처럼 보이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이 도시가 원래 품고 있던 것들”처럼 느껴져요. 현실의 공포(돈, 계약, 권력관계)가 환상과 결합하며, 성아는 도시가 약자에게 요구하는 ‘생존 비용’을 몸으로 통과합니다.
3) 「수선화에 스치는 바람」 — 쌍둥이 자매, 사랑을 ‘분배’하라는 폭력
엄마는 쌍둥이 자매에게 말도 안 되는 규칙을 강요합니다. “물질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은 분리할 수 있고, 각각 한 명에게만 줄 수 있다”는 식이죠. 화자(‘나’)는 엄마의 사랑을 차지하는 대신, 동생 ‘선희’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는 역할을 선택합니다.
선희는 아름답고 빛나는 ‘꽃’처럼 자라 인플루언서가 되지만, 그 빛은 결코 공짜가 아닙니다. 자매는 희생과 착취로 얽힌 관계를 끊어내려 하지만,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며 이야기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꺾입니다. 결말은 “누가 더 불쌍한가”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만든 구조가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리는가로 남습니다.
4) 「반쪽 머리의 천사」 — 영화에서 튀어나온 엑스트라와 ‘조연’의 연대
화자는 부상으로 육상 선수의 꿈을 접고 소도시 영화관에서 일합니다. 어느 날 영화 속에서, 엑스트라 캐릭터 ‘기주영’이 현실로 튀어나오듯 등장하죠. 그는 영화에서 죽은 모습 그대로 후두부가 망가진 채로 살아(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모습은 공포라기보다 안쓰러움으로 다가옵니다. 목적지를 잃어 경계에 걸려 있는 기주영의 모습이, 꿈을 잃고 ‘주인공 자리에서 내려온’ 화자와 닮았기 때문이에요. 둘은 서로를 통해 “다시 달릴 이유”와 “다른 방식의 자유”를 발견합니다.
5) 「소라는 영원히」 — 기억이 흐르는 손, 그리고 스스로 선택한 ‘수용’
‘소라’는 아버지의 공장 사고(손 절단) 이후, 접합 수술을 거치며 물건을 만지면 기억이 밀려오는 능력(사이코메트리)을 갖게 됩니다. 남의 기억이 계속 들이닥치자 소라는 무너지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자신의 팔을 잘라내며 시설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끝은 단순한 파괴가 아닙니다. 소라는 ‘기계 팔’을 이식한 뒤 더 강해진 능력 앞에서, 도망치는 대신 세상의 기억을 받아들이는 쪽을 택합니다. 버려진 물건들에 깃든 무수한 기억을 모아 자신만의 거대한 공간(요새 같은 삶)을 만들어 가며, “기억이 곧 존재”라는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6) 「두번째 해연」 — 복제된 딸, 잊어가는 엄마, ‘누가 누구인가’
알츠하이머를 앓는 ‘백연’ 곁에는 죽은 딸 ‘해연’을 복제한 인조인간 해연이 있습니다. 백연은 딸을 잃은 기억과 새로운 딸의 존재 사이에서 흔들리지만, 해연은 원본의 기억을 지닌 채 “내가 해연이다”라고 자연스럽게 말합니다.
두 사람은 사고로 낯선 행성에 불시착해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가족과 기억, 존재에 대해 대화를 이어갑니다. 백연이 점점 자신을 잃어갈 때, 해연은 “당신의 이야기는 내 안에 남아 있다”고 말하며 딸이라는 역할이 ‘혈연’이 아니라 ‘기억의 지속’일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7) 「안락의 섬」 — ‘안락사’의 미래, 그리고 반려견과의 마지막
배경은 2100년. 외계 존재 ‘카르인’이 인류에게 “안락한 죽음”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며 사회는 새로운 선택지 앞에서 흔들립니다. 화자는 죽음을 앞둔 반려견 ‘플루’와 함께 ‘뉴데스 아일랜드’로 향하고, 그곳에서 기억을 잃는 병을 앓으면서도 소중한 기억을 붙잡으려는 ‘라미’를 만나 시간을 보냅니다.
결국 플루와의 이별 이후, 화자는 삶이 무의미하다고 믿었던 자신이 사실은 추억이라는 양분으로 가득 차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안락한 죽음”을 말하는 세계에서 오히려 “안락하게 살았던 순간들”이 무엇이었는지 되묻게 하는 결말입니다.
읽고 나서 남는 키워드
- 방치/학대가 남기는 감정의 숙성
- 주거 불안과 도시의 공포
- 가족/사랑이라는 이름의 구조적 폭력
- 기억이 곧 존재라는 질문(SF적 변주)
- 상실 이후에도 살아가는 방식
마무리 한 문장
『치즈 이야기』는 “무섭다/슬프다/웃기다” 중 하나로만 정리되지 않습니다. 현실의 지독함이 환상과 섞여 더 선명해지는 순간, 우리는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숙성된 나”를 마주하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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