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이 글은 결말까지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 없이 작품 소개만 보고 싶다면, 다른 글(작품설명)을 먼저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야기의 출발점: 딸을 잃은 부부, 그리고 또 한 번의 살인
중원 도정(나카하라 미치마사)과 하마오카 사요코는 평범한 부부였지만, 어느 날 어린 딸이 강도에게 살해되면서 일상이 무너집니다. 범인은 결국 사형 판결을 받지만, “사형이 내려져도 딸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허무가 두 사람을 잠식하고, 부부는 이혼합니다.
시간이 흐른 뒤, 도정은 형사 사야마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습니다. 이혼한 전 아내 사요코가 자택 근처에서 흉기에 찔려 살해되었다는 것.
그리고 더 이상한 점은 범인 ‘마치무라 사쿠조’가 스스로 자수했고, “생활고 때문에 저지른 무차별 범행”이라고 주장한다는 사실입니다.
사요코가 남긴 발자국: “죽음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싸움”
도정은 장례 이후, 자신이 알지 못했던 사요코의 삶을 추적합니다. 사요코는 이혼 후 프리랜서 라이터가 되어 범죄와 형벌, 그리고 피해자 유족의 현실을 취재했고, 그 과정에서 특정 사건(만인상습 절도, ‘유족의 목소리’, 사형제 논쟁)과 관계자들을 깊게 만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도정은 사요코의 부모(특히 어머니)가 “이번에도 반드시 사형을 원한다”는 입장임을 알게 되면서, 다시 ‘사형’이라는 단어와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정황상 사형이 나오기 어려워 보입니다. 도정은 단순한 ‘묻지마 범행’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지점들을 발견하고, 결국 독자적으로 진실을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연결고리가 드러나다: 사요코·사쿠조·니시나 후미야
수사를 따라가면, 마치무라 사쿠조(사요코를 살해한 범인)에게는 ‘딸 하나에’가 있고, 그 딸은 대학병원 소아과 의사 ‘니시나 후미야(또는 시야)’와 결혼해 아이(쇼)를 키우고 있습니다.
후미야의 어머니는 이 결혼을 못마땅해하고, 아이의 출생과 가정의 비밀을 의심합니다. 반면 후미야는 “장인의 죄에는 자신도 책임이 있다”며 가족과 운명을 함께하겠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여기서 독자는 ‘무차별 범행’이라고 주장하는 사쿠조의 자백이, 정말 전부인지 의심하게 됩니다.
숨겨진 과거: 이구치 사오리의 고백과 ‘사라진 아기’
사요코가 취재하던 사건들 중 하나는 ‘만인(万引き)’, 즉 상습 절도 문제였고, 그 중심에 ‘이구치 사오리’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도정의 추적 끝에, 사오리와 후미야 사이에 과거의 끔찍한 비밀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사오리와 후미야는 학창 시절 교제했고, 원치 않는 임신 끝에 태어난 아기를 결국 살해해 버렸다는 과거를 공유합니다.
이후 후미야는 ‘살린 생명으로 갚겠다’는 듯 소아과 의사가 되었고, 사오리는 죄의식 속에서 무너져 상습 절도로 스스로를 벌하듯 살아갑니다.
결말(스포일러): 사요코의 죽음, 그리고 자수의 공허함
사오리는 더는 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사요코에게 모든 걸 털어놓습니다. 사요코는 “죄를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만이, 결국 자신을 살리는 길”이라며 사오리에게 자수를 권합니다.
사요코는 후미야에게도 책임을 지게 하려 직접 찾아가지만, 그날 후미야는 급한 호출로 자리를 비워 만나지 못합니다.
대신, 그 대화의 단서를 ‘하나에’와 ‘사쿠조’가 알게 됩니다.
사쿠조는 가난과 생활고만이 아니라, 가족의 ‘현재’를 지키기 위해 사요코를 ‘위협’으로 여기고 결국 살해합니다. 즉 “금품 목적의 무차별 범행”이라는 초기 자백은, 가족을 지키려는 동기(그리고 그 동기를 숨기려는 계산)로 더럽혀져 있었습니다.
진실을 알게 된 도정은 경찰에 사실을 전하고, 후미야와 사오리도 마침내 과거의 죄를 인정하고 자수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남습니다. 두 사람이 과거에 숨긴 아기의 유해(증거)가 끝내 발견되지 않아 범죄 입증이 어려워지고, 사쿠조 역시 “가족을 지키려 했다”는 사정으로 형량이 감경될 여지가 생깁니다.
줄거리의 핵심이 남기는 질문
『공허한 십자가』가 무서운 이유는 ‘반전’ 때문만이 아닙니다. 사형이든, 자수든, 처벌이든… 어떤 결론도 피해자의 부재를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이 끝까지 독자를 따라붙기 때문입니다.
- 벌을 내리면, 유족의 삶은 정말 회복되는가?
- 죄를 인정하는 ‘자수’는 속죄가 되는가, 아니면 또 다른 시작일 뿐인가?
- 가족을 지키려는 선택이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는가?
마무리
이 소설은 “정의의 실현”을 시원하게 보여주기보다, 정의가 닿지 못하는 자리—상실, 죄책감, 공허—를 끝까지 비춥니다. 결말에서 ‘자수’조차 완전한 결론이 되지 못하는 순간, 제목 그대로 공허한 십자가가 무엇을 뜻하는지 선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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